식스티세컨즈가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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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 Well Night] ACHIM 매거진 & 에이슬립

작성일 2023-05-31

내용



봄비가 내리던 4월의 마지막 금요일 [sleep night well]이라는 주제로 ACHIM 매거진, 에이슬립 그리고 식스티세컨즈가 1박 2일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저녁 시간에는 식스티세컨즈가 나에게 맞는 잠자리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나누었고, 오전에는 ‘ACHIM 매거진’과 수면 분석 프로그램을 만드는 ‘에이슬립’과 함께 아침을 깨우고, 각자의 루틴을 나누며 잠에 대한 궁금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식스티세컨즈의 공간을 밤새 오픈하고, 잠을 자는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더 좋은 잠과 일상에 대해 진심인 브랜드들과 함께라 더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고, 참여하신 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육십사의 구성원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답니다.


식스티세컨즈 라운지 싱글 룸에서의 하룻 밤을 경험하신 정현님의 글을 통해 ‘Sleep Well Night’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만나보세요 :)










조금 수상한 이벤트에 초대받았다.


“금요일 밤 9시에 파자마를 입고 모일 거예요.
다 같이 자고, 아침밥 먹고, 잠에 대해서 얘기 나눠요.”


Achim은 좋은 아침을 위한 좋은 잠에 관심이 많다. 식스티세컨즈는 좋은 잠을 위한 도구를 만든다. Asleep은 좋은 잠이란 무엇인지 연구하고 분석한다. 세 브랜드가 만나 좋은 잠의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좀처럼 잘 자고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나로서는 응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Before Sleep]

8시 37분. 저 멀리 식스티세컨즈 라운지가 보인다. 기대 반 걱정 반. 그래도 다행히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즐겁다. 밤에 버스를 탄 건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한강을 건널 땐 다급히 카메라를 켜 창 너머의 풍경을 찍었다. 그치, 나 서울의 밤 엄청 좋아했었지.


오늘은 또 하나의 특별한 밤을 추가하는 날이다. 처음 가보는 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보내는 밤. 그리고 같이 아침을 맞는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라운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머, 이게 뭐야. 왜 공기부터 좋아? 나는 감각이 둔한 사람이다. 특히 후각이나 촉각 쪽으로는. 근데 여긴 들어오자마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이름 모를 향은 첫 코에 반했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조명에도 첫눈에 반한다.


벌써 정신 못 차리는 나를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Achim과 식스티세컨즈, Asleep 사람들. 안내를 따라 소파에 짐을 두고 설문지를 하나 받았다. 평소 수면 습관이 어떤지를 묻는 내용이다. 무슨 자세로 자는지, 어떤 유형의 매트리스와 침구를 선호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잠이란 무엇인지. 숱하게 뒤척인 밤들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답변을 적었다.





이제 파자마로 갈아입고 모일 차례. 예전 같았으면 흰색 반팔 티에 무릎 나온 츄리닝을 챙겼겠지만 나에겐 Achim과 퍼즈플리즈가 만든 굿데이 파자마가 있다. 밖에서 입어도 하나도 안 창피한 잠옷이라 다행이다.


참가자 인원 구성이 다양한 만큼 파자마도 제각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무지와 체크와 스트라이프, 화이트에 블루에 그린에 블랙까지.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다가 새삼 별 경험을 다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영업이 끝난 근사한 매트리스 브랜드 쇼룸에 잠옷 바람으로 앉아 있다니. 심지어 여기서 잠까지 잔다. 밤에 모여 단체 취침까지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던데… 사실 나 이런 특권 좋아한다. 이벤트를 기획한 진 님의 표현이 딱이다. “아무도 없는 심야의 백화점에 놀러 온 기분!”





Achim과 식스티세컨즈, Asleep의 기획 의도 소개가 끝나고 참가 멤버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이곳에 온 이유를 나눴다. 브랜드도 멤버도 여기에 모인 모두 좋은 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불면증은 없지만 제대로 된 숙면 경험도 없는 나 또한 이참에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다들 잠은 잘 자면서 살고 있는지, 잤다 하면 숙면을 경험하는 사람은 대체 비결이 뭔지, 올나잇 코골이에 간헐적 무호흡증에 이따금 몽유병처럼 깨어나는 내 상태는 괜찮은 게 맞는지 말이다.


물론 정답을 얻으리라 기대하고 온 건 아니다. 만약 수면 클리닉이었다면 한참을 망설이다 형식적인 핑계를 대고 불참했을 테다. 병원이라 하면 뭐가 됐든 그냥 다 무섭고 부담스러우니까. 그러나 이렇게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이벤트라면 안 올 이유가 없다.


그간 Achim이라는 브랜드가 심어준 신뢰는 충분한 만큼, 필요한 건 최소한의 용기뿐이다. 나는 이런 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식스티세컨즈의 침구와 베개를 구경하던 10시 반 무렵, 문득 깜짝 놀랐다. 왜 벌써 졸리지? 새벽 1시가 넘어야 쓰러지던 내 일상에 이렇게 빨리 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너무 신기해서 천천히 이완 중인 몸의 감각에 집중해 봤다.


아, 따뜻하구나. 평소 내 방보다, 일반적인 숙소보다 온도가 살짝 높게 느껴진다. 습도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가습기를 틀어 놓은 듯 쾌적할 정도의 높은 습도가 내부 온도와 힘을 합쳐 피로로 뭉친 몸을 녹이고 있다.


거기에 섬세하게 세팅된 향과 조도까지 더해지니, 낯선 공간에서 초면인 사람들 사이에 잠옷 바람으로 낑겨 있는 INFP조차 속절없이 점점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수면 환경이 중요하니 어쩌니 해도 그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 싶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체감한 셈이다.





11시. 취침 시간. 이미 몸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나는 곧바로 쓰러진다. 매거진도 읽고 이런저런 메모도 끄적거린 뒤 자겠다는 초반의 다짐이 무색하다. 매트리스와 이불이 너무 부드러워 내일 침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Asleep 측에서 설명해 준 대로 ‘슬립루틴’ 앱의 AI 알람을 설정하고, 혹시나 해 기본 알람도 몇 개 더 켜뒀다. 이번에는 좀 일찍 일어나야지.




[After Sleep]

꼴찌로 일어났다. 지난밤의 다짐이 무색하게. 알람은 듣지도 못 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늦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 실수로 슬립루틴 앱을 종료해 버린 것이다. 저장을 못 해서 수면 기록이 날아가 버렸다. 역시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하지만 날아간 건 날아간 거다. 나름대로 쾌적하게 잘 잔 것 같아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 얘기나 유심히 들어보자. 분명 나한테도 적용되는 내용이 있겠지.





다 함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연다. 대학교 MT와 군 생활 이후로 이런 떼샷(?)은 처음이다. 원래 같았으면 기겁하며 도망갔을 것이다. 애들도 아니고 우르르 모여서 유치하게 뭐람. 근데 희한하게도 이 상황이 싫지 않다. 솔직히 재밌다.


한쪽 다리를 올린 채 중심을 잡으며 ‘왜 나는 지금 하나도 안 불편할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풀어주고 허리와 목을 돌려주는 와중에 결론이 났다.


나는 지금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느낀다. 좋은 잠이 뭔지 알고 싶다는 이유로 귀한 주말을 할애해 잠옷까지 챙겨 온 사람들이니까. 이 귀여운 멤버들과 함께하는 무해하고 평화로운 아침이 어색할 순 있어도 불편하거나 불쾌할 일은 없다. 나까지 귀여워지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은 덤이지. 집에 혼자 있었으면 죽어도 안 할 모닝 스트레칭 덕에 비 오는 토요일의 시작이 산뜻하다.





아침 식사는 간편하고 건강하게 오트밀과 꿀, 사과주스로.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좋은 잠에 관해 이야기 나눌 시간이다. Asleep 소속의 가정의학과 선생님과 앱 개발자님이 슬립루틴의 개괄적인 소개와 더불어 수면 리포트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이어서 다들 어젯밤은 어땠는지 멤버 각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패턴을 들여다봤다. 평소에 머리만 대면 자는데 어제는 환경이 바뀐 탓인지 30분이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예민한 성향을 갖고 있지만 어제는 편하게 숙면을 취했다는 분도 있다.





수면 리포트 상에 나타난 지표와 스스로 느끼는 잠의 만족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공통으로 나왔다. 그럼 내가 잘 못 잤다고 생각해도 몸은 숙면을 취했다고 받아들이는 건가? 이에 대해서는 ‘데이터는 참고용일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결국 핵심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감각하고 반응하는지에 있다고. 앱에 기록된 내용만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나의 주관적인 느낌과 객관적 지표를 적절히 비교해 가며 여러 변수를 바꿔보고 체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또 시기와 상황마다 더 적절한 방식과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취침 모드와 기상 모드’에 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밤에는 잠으로 돌입할 수 있는 시퀀스를, 아침에는 잠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시퀀스를 만들어 내 몸을 그 설정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게 요지다.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조도를 낮추고 휴대폰을 보지 않는 등 푹 잘 수 있을 만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기상 이후에는 곧바로 침대를 빠져나온 후 가벼운 운동을 하며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 모드를 세팅하는 것. 그걸 반복해야 몸이 수면의 전후 상황을 인지함으로써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취침과 기상에 들어갈 수 있다.


줄곧 일하다 지쳐서 눕고 내내 유튜브 보다가 비몽사몽간에 눈을 붙이는, 심지어 일어나서도 이불 속에서 인스타그램만 살피는 사람이 도통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비염과 축농증이 만악의 근원이라 여겼던 내게 필요한 관점의 전환이다. 꾸준히 지키는 게 문제겠지만.


(지가 잘못 했으면서 혼자만 리포트 날아간 게 꽤나 억울했던 나는 집에 돌아온 이후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앱에 나타난 수면 패턴과 기상 직후의 컨디션을 나란히 두고서 미묘한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8시 42분. 준비된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다. 이제 하나둘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각자만의 스타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슬립 메이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천천히 문을 나선다. 이국의 대사관이 줄지어 늘어선 고요한 동네.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다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걸음이 장문로의 아침을 깨운다.


여운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던 나는 바로 앞 카페로 향했다. 우리가 제일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벌써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나한테는 특별한 이벤트였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일상이구나. 그래도 주눅 들지 않는다. 나도 한 번으로 끝내지는 않을 테니까.


해보기 전에는 몰랐지만 해보니까 알겠다. 잘 자고 잘 일어나는 거, 이왕이면 잘 자고 좀 일찍 일어나는 거, 고것 참 기분 째지는 일이다. 매일의 시작을 째지는 기분으로 채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잠은, 아침은,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도 흔쾌히 허용해 줄 것이다.




글: ACHIM 매거진 / Written by Jeonghyeon
@kimjeonghyeon_

사진제공: Asleep 에이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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